지리한 3년 반의 시간이 드디어 지나갔다. 조발 사춘기 성호르몬 억제 치료의 끝이 보인다. 저 어려운 진단명이 그동안 나를 더 예민한 엄마로 만들었다. 교수님은 다음 1월에도 추적 검사 예약을 잡아주셨지만, 이제는 마음속에서 이만하면 되겠지 하는 안도감이 들어 종료하려 한다.
억제 치료를 하면서 관련 진단명에 대한 정보 카페에서 많이 드나들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처음 몇 달간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며 있는 대로 글을 읽고 공부하였다. 전반적인 치료과정이나 치료후기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성조숙증이라는 진단을 남아가 받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증세가 없어서가 아니라 늦게 발견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적절한 치료 나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도 운이 좋은 케이스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남아의 경우 여아보다 성조숙증이나 조발사춘기 데이터가 적기 때문에 아직도 남아 성조숙증 치료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이 많다. 여아의 경우 성조숙증에 대한 정보가 많이 일반화되었으며, 엄마가 외형적으로 관찰할 수 있기에 비교적 빨리 발견된다고 한다. 하지만, 남아는 그저 아이가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하고,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남아가 독립적으로 씻으면서 눈에 띄는 빠른 2차 성징 모습을 보통의 주 양육자인 엄마가 적절한 타이밍에 발견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남아는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채 많이 늦게 발견되어 병원에 찾아가서 치료가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망연자실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혹자는 말한다. 성조숙증의 결과가 죽고 사느냐의 문제도 아니고, 단지 키가 남들보다 안 큰것 뿐이데, 중요하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키가 크는 시기는 한정되어 있으며, 적어도 내 자식은 나보다 유전적으로 작지는 않기를 바라는 게 부모 욕심이 아닐까?
관련 정보카페에 치료 중간에도 치료 후에도 간단한 후기를 남겼었다. 나의 치료 후기도 치료를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치료 중인 누군가에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렸다.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시고, 성공적인 치료 결과에 응원해 주셨지만, 불편함을 드러내는 날 선 쪽지에 소심쟁이 예민 엄마는 그만 후기를 지워버리고 나의 아이에 대한 기록도 삭제해 버렸다. 늦게 발견되어, 성장호르몬 치료까지 하며 남아 키 170cm를 목표로 하는 누군가에게는 힘이 빠지고, 불편한 후기였을 것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후회하였다. 성심 성의껏 댓글을 달아주신 다른 분들께 너무 죄송하였지만, 카페에 다시 후기를 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몇년 간 그 정보 카페에 드나들면서 느낀 점은 치료를 시작하는 아이의 부모님이 활동을 많이 하고, 또는 예상과는 다른 치료 중 결과를 보이는 아이의 데이터가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것이다. 치료가 잘 진행되는 아이의 경우나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친 경우는 아무래도 카페활동이 뜸 해질 수밖에 없고, 관심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성공적인 데이터는 부정적인 데이터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많이 보이는 부정적인 데이터가 치료를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많은 걱정을 안기는데, 그때 간간이 보이는 성공 후기들은 치료하는 아이의 부모에게 심적인 안도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나 나의 아이의 치료 데이터가 다른 아이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블로그를 시작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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